흥미진진 교회사 이승찬 목사(상하이한인연합교회)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전쟁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는 열정적인 연설을 마치자, 수많은 군중이 이같이 외쳤어요. “그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결국 주후 1096년부터 1291년까지 약 200년 동안, 여덟 번에 걸쳐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운 전쟁이 일어났어요. 역사는 이 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불러요.
예루살렘을 회복하라!
주후 395년, 로마 제국은 동과 서로 분열됐어요. 서로마 제국은 백 년을 채 버티지 못했지만, 동로마 제국은 건재했어요. 시간이 흘러 1095년, 힘을 키워 가던 이슬람 세력은 동로마를 위협하기 시작했어요. 이에 두려움을 느낀 동로마 황제는 도움을 얻기 위해 교황 우르바누스 2세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그러자 교황은 ‘십자군’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모집했어요. 교황은 십자군에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이슬람 세력을 무찌르고, 특히 예루살렘을 탈환하라고 연설했어요. 그러자 수많은 왕과 기사, 백성이 이 전쟁에 참여했죠.
그러나 이들은 내심,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 교황은 이 전쟁을 통해 분열됐던 동로마 교회를 흡수하고 싶었고, 왕과 영주들은 더 넓은 땅을 원했어요. 상인들은 동방의 향신료, 비단 등을 거래하며 돈을 벌고 싶었고, 농민들은 힘든 농사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꿈꿨어요. 이렇듯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동기가 한데 뭉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됐어요.
십자군 전쟁의 전개와 영향
그러나 십자군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어요. 제1차 십자군이 출발하기도 전, 피에르라는 수도승의 연설에 감동받은 군중이 먼저 출발했어요. 그러나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도 몰랐고, 결국 가던 도중 전멸했어요. 제대로 모집된 군대였던 제1차 십자군은 격렬한 전투 끝에 1099년 7월 15일 예루살렘을 정복했어요. 하지만 이들은 약탈과 잔인한 살육을 일삼아 십자군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오점을 남겼어요.
1187년에는 이슬람의 장군 살라딘이 예루살렘을 다시 빼앗았어요. 빼앗긴 예루살렘을 다시 찾고자 제3차 십자군(1189~1192)이 모였어요. 그러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1세는 강에 빠져 죽고, 지도자끼리 다투는 등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실패했어요. 이후에도 십자군 전쟁은 8차에 걸쳐 계속됐지만, 엉뚱하게도 예루살렘이 아닌 동로마나 이집트를 공격하는 등 성지 회복이라는 명분조차 버리고 노골적인 침략 전쟁으로 나아갔어요.
십자군 전쟁은 결국 실패했지만, 역사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어요. 무리한 전쟁을 시작했던 교황의 권위가 약해졌고 왕의 힘이 강해졌어요. 또 서쪽 유럽 사람들이 동쪽과 교류하며 시야가 넓어져 활발한 무역 활동이 일어났어요.
한편, 이때부터 가톨릭교회는 십자군에 참여하면 죄를 사면해 준다는 ‘면죄부’를 남발하면서 이후 종교 개혁이 일어나는 배경이 됐어요.
무엇이 하나님의 뜻일까?
당시 룰루스라는 사람은 “성지 정복은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사용하신 방법으로만 시도해야 한다. 그 방법이란 기도와 눈물이요, 우리 목숨을 드리는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때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예수님께서 전쟁보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시는 희생과 섬김의 방법을 사용하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죠.
나의 뜻에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이 곧 나의 뜻이 되는 <큐틴> 친구들이 되기를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