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교회사

2025년 06월

[흥미진진 교회사]수도원 운동, 타락한 교회에 경종을 울리다

흥미진진 교회사 이승찬 목사(상하이한인연합교회)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중세 시대의 중요한 기둥인 수도원에 대해 살펴볼게요. 수도원은 무엇이며, 어떤 역사적 의미를 남겼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좁고 험한 십자가의 길

초기의 기독교인은 핍박받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럼에도 이들은 지하에 숨어 살면서까지 신앙을 지켰죠. 그런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핍박받던 교회가 도리어 특혜를 누리게 됐어요. 그러자 교회는 순수한 신앙을 잃어버리고 점차 타락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상황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이들은 기독교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세상과 분리돼 순수하게 하나님만 바라보자는 수도원 운동을 일으켰어요.

사막은 수도원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어요. 수도사들은 자발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떠나 사막에서 생활했어요. 수도원 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토니오스(251~356)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마태복음 19장 21절 말씀에 은혜를 받아 자신의 소유를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줬어요. 그리고 평생 사막과 무덤, 동굴을 돌며 고독한 수도사로 살았죠. 이처럼 수도원 운동은 순수한 복음을 떠나 변질돼 가는 교회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어요.

 

 

수도원의 발전과 쇠퇴

시간이 흐르면서 수도원은 점차 체계를 만들어 갔어요. 수도원 생활의 기초를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의 수도사 베네딕트(480~543)였어요. 그가 작성한 ‘수도 규칙’은 이후 많은 수도원이 받아들이면서 수도원의 기본 뼈대가 됐죠. ‘수도 규칙’을 보면 수도사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먼저 수도사들은 하루에 8번 예배와 기도를 드렸어요. 그리고 ‘기도하고 일하라’는 표어에 따라 수도원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노동을 공평하게 나눠 했어요. 또한 절제하는 삶을 위해 하루에 300g의 빵과 포도주 반병으로 살았어요.

수도원은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천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중세 교회를 떠받치는 기둥이었어요. 수도원은 변질되는 교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며, 유명한 학자와 선교사를 배출하는 학교의 역할도 했어요. 그리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돌보는 병원의 역할도 감당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대로 갈수록 수도원은 미신과 무지, 방탕의 산실로 변해 버려요.

수도사 가운데 쓸데없이 희한하고 이상한 생활을 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시메온이라는 수도사는 높이가 10m를 넘고 지름은 90cm밖에 되지 않는 위험한 기둥에서 36년을 살았어요. 또 어떤 수도사는 아예 먹지도 말하지도 않는 생활을 하다가 치아에서 벌레가 기어 나왔다고 해요. 이런 기이한 행동은 참된 신앙생활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이처럼 수도원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었어요.


세상 속의 교회

수도원 운동에는 배울 점이 많이 있어요. 악한 세상을 따라 변질되지 않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에요. 하지만 수도원이 세상과 분리되려고 하는 모습이 옳은지는 고민해 볼 문제예요.

예수님께서는 세상이 악하다고 해서 세상을 멀리하지 않으셨어요. 죄인들 가운데로 들어가셔서 그들을 변화시키셨죠. 교회도 세상 속에 존재하되, 세상과는 구별된 모습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해요. 예수님의 제자답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큐틴> 친구들이 되길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