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6년 08월

예루살렘 다윗성의 상수도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상수원, 용솟음치는 기혼 샘

예루살렘의 상수원은 성안의 기혼 샘과 성 밖의 에느로겔이었는데, 예루살렘에 남은 유일한 샘물은 기혼 샘이다. 이곳은 물이 주기적으로 솟구치는 간헐천이다. ‘기혼’이라는 이름 자체에 ‘용솟음친다’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신비로운 샘은 계절에 따라 호흡을 달리한다. 비가 내리는 겨울에는 4~6시간마다, 메마른 여름에는 8~10시간마다 한 번씩 30~40분 동안 물을 뿜어낸다.

이는 당시 약 2,500명이 목을 축일 수 있는 귀한 양이었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이 기혼 샘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세 가지 독특한 수로 시스템을 구축하며 역사를 이어 왔다.


첫 번째 상수도: 워렌 수구

‘워렌 수구’는 1860년대 이 통로를 발견한 탐험가 찰스 워렌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자연 동굴로 추정된다. 이 시스템은 다윗성에서 시작되는 계단식 바윗길, 수평 터널, 그리고 13m 높이의 수직 갱도로 구성돼 샘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은 기혼 샘 옆에 거대한 ‘물 저장 타워’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3,800년 전 중기 청동기 시대 가나안 주민들이 세운 이 거대한 석조 망대는 샘물을 보호하는 요새였으며, 전쟁 중에도 안전하게 물을 얻을 수 있는 성벽 역할을 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정복할 때 사용한 공격로가 바로 이 수구였을 가능성이 크며, 이사야가 아하스왕을 만난 장소 또한 이 중요한 상수 시설 앞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번째 상수도: 가나안 수로

중기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이 터널은 기혼 샘에서 시작해 다윗성 동쪽을 따라 기드론 골짜기 남쪽으로 흐른다. 본래 성 외곽의 경작지에 물을 공급하고 우기에는 빗물을 모으는 집수 시설로 설계됐으나, 훗날 히스기야왕이 터널을 파면서 물줄기는 성 안쪽 실로암 연못을 향하게 됐다. 전체 400m에 달하는 이 터널은 척박한 땅의 젖줄이었다.

 

세 번째 상수도: 히스기야 터널

히스기야왕은 앗수르 산헤립의 침공에 대비해 성을 확장하고 물을 확보하고자 기혼 샘에서 실로암 연못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지하 수로를 건설했다. 570m에 이르는 이 터널은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기술력의 집약체였다. 1880년, 이 터널 벽면에서는 건설 당시의 공정을 기록한 히브리어 비문이 발견됐는데, 이는 20세기까지 발견된 비문 중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정결하고 거룩한 장소, 실로암 연못

‘보내다’라는 뜻의 ‘실로아흐’에서 유래한 실로암 연못은, 신약 시대에 초막절 축제의 헌수나 시신을 염하는 물, 그리고 성전 참배객들의 정결 의식을 위한 물로 사용됐다. 예수님께서 날 때부터 맹인 된 자에게 이곳에서 눈을 씻으라 말씀하신 것은, 이러한 정결 의식의 의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실로암은 하나님의 생명이 성안으로 흘러 들어와 백성을 씻기고 살리는 거룩한 장소이자, 신앙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