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6년 07월

예언대로 폐허가 된 아스글론(습 2장)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과거 블레셋 5대 도시였던 아스글론

아스글론은 ‘무게를 측정하다’라는 뜻으로, 텔아비브 욥바에서 남쪽 50km에 있는 항구 도시이며 과거 블레셋의 5대 도시 중 하나였다. 유적지 입구에 있는 거대 사암 건물들은 아스글론의 화려했던 역사를 연상하게 한다. 공원 이곳저곳에 있는 모래가 굳어 만들어진 사암층에서 나오는 우물은 도시의 식수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동쪽 성벽의 거대한 건물은 성 동정녀 마리아교회이고, 대부분의 유적은 로마 시대와 비잔틴 기독교 시대의 교회 유적이다.

 

삼손이 출입한 가나안 시대 성문

주전 1950년경에 설립된 아스글론은 당시 15,000명이 있을 정도로 큰 성이었다. 이 도시의 진면목은 가나안 시대의 성문을 볼 때 느낄 수 있다. 북쪽에 있는 성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형 성문이다. 높이 4m, 두께 2m, 길이 15m나 되는 석회암과 흙벽돌로 쌓은 성문으로 주전 1850년경에 완공됐다.

성문 서쪽 해변으로 가는 길에 돌 경사로에 건설된 신전 터를 볼 수 있다. 이곳 저장고에서 은으로 도금된 청동 송아지상이 발견됐다. 이 송아지는 폭풍의 신인 ‘가나안의 바알신’으로 여겨진다. 한때 유다는 아스글론과 가사 지역을 점령했으나, 주전 1175년경 해양 민족인 신(新) 블레셋이 밀려오면서 아스글론은 블레셋의 주요 도시가 됐다.

이 무렵 삼손이 이곳을 방문했다(삿 14:19). 소렉 골짜기의 딤나에서 결혼식 수수께끼 내기에서 진 삼손은 분노해 그곳에서 38km나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블레셋 사람들의 옷을 탈취했다. 삼손은 당시 현재 발굴된 성문을 출입했을 것이며, 세계 최초의 아치형 성문 근처에서 여호와가 주신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으리라.

 

이스라엘 땅이 블레셋으로 불림

성경은 블레셋이 그렛(크레테)에서 온 민족이라고 기록한다. 블레셋은 이스라엘보다 앞선 철기 문명을 가지고, 여호수아 때 차지한 땅을 점령해 들어왔기에 이스라엘에게 큰 위협이 됐다.

아스글론이 합세한 블레셋은 사무엘상 4장에서 법궤를 빼앗은 후 사울왕을 죽이고 실로에 있던 성전까지 파괴하며, 이스라엘을 그들의 관할하에 뒀다.

그러나 얼마 후 다윗은 블레셋 도피 생활 중에 배운 블레셋의 전법과 철기 문명으로 블레셋을 굴복시켰다. 그로부터 500년 동안 끊임없이 유다를 위협했던 블레셋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게 항전하다 주전 604년에 예레미야, 아모스, 스바냐, 스가랴의 예언대로 철저히 파괴돼 포로로 끌려갔고, 헬라 시대에 완전히 사라졌다.

다만, 로마 하드리안 황제가 주후 135년 유대 바르코크바 반란을 진압한 후, 유대를 욕보이기 위해 그들을 가장 오랫동안 괴롭혔던 민족인 블레셋으로 유대 이름을 대치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 지역 공식 명칭이 팔레스타인(블레셋)이 됐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으나, 13km 남쪽의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과 갈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