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이수영 기자>
친구들! 아침은 맛있게 먹었어? 식탁 위에 놓인 따끈한 쌀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는 정성껏 농사짓는 것부터 시작해 관리와 유통 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우리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게 쌀이라면, 산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반도체’야. 반도체가 없으면 세계 대부분의 산업 현장이 멈춰 버릴걸? 그래서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불러. 물론 반도체는 쌀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말야.
오늘은 최병욱 반도체 후공정 전문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
Q. 현재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반도체 공정, 그중에서도 후공정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 후 1989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입사해 32년간 일했고, 지금은 반도체 전문 기업인 (주)윈팩에서 TEST 부문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전기적 관점으로 볼 때, 전기를 잘 흐르게 하는 도체와 전기의 흐름을 끊는 절연체(부도체)가 있어요. 반도체는 이 중간 상태의 물질을 말해요. 실리콘이 대표적이죠. 반도체가 다양한 공정을 거치면, 전류가 흐르는 것을 잘 조절할 수 있고, 작은 신호를 증폭시키는 것도 가능해요.
특히 반도체를 이용해 숫자 0과 1의 이진법으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를 제어할 수 있어요. 전류를 멈추게 할 때는 0, 흐르게 할 때는 1이라는 신호를 주는 거죠. 컴퓨터가 반도체를 이용해 수많은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검색 결과나 답을 도출해요. 한마디로 반도체는 모든 첨단 기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반도체는 공장에서 바로 제품으로 태어나지 않아요. 설계와 각종 화학 처리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중에서도 만들어진 칩을 자르고(Die), 포장(Packaging)하고,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Test)하는 반도체 후공정은 제품이 되기 직전의 핵심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칩에 옷을 입히고 시험하는’ 과정이죠. 이 단계를 거쳐야만 진짜 제품으로 완성돼, 전자 기기나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어요.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특히 후공정은 출하 직전에 오류를 점검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만큼 고도의 정밀함과 책임감이 요구되죠.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전자 공학을 공부하며, 반도체를 처음 접했어요. 그때 아주 작은 오차 하나도 제품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도전을 받았어요.
당시에 ‘나는 실수하지 않는 전문가가 돼야겠다’라고 다짐했죠.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반도체 테스트 분야를 담당하게 됐는데, 제품이 세상에 나가기 직전 최종 확인을 책임지는 일이 제게 참 잘 맞았어요. 신제품 테스트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수율(전체 생산량 중 양품의 비율)을 높이며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일련의 과정이 정말 보람됐거든요.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반도체와 함께 보내며 느낀 게 있어요. 반도체 후공정이란 공정의 마무리가 아니라, 제품의 질을 완성하는 창의적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이에요. 흔히 ‘퀄리티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라고 하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 마지막 한 단계가 제품의 질을 결정해요. 제가 후배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지점이죠.
Q.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삼성전자에서 해외 고객사를 담당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0.1%의 불량률도 큰 손실과 책임으로 돌아오고, 야근과 출장, 전쟁 같은 회의의 반복 등으로 지칠 대로 지쳐 버렸죠. 그때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제게 지혜를 주시고, 이 문제를 주님의 방법으로 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죠. 그러자 희한하게도 평안이 찾아왔어요. 그리고 이전에는 공격으로 느꼈던 고객사의 언어가 달리 느껴졌어요. 그들 뒤에 숨어 있는 불안이 보이면서, 그들의 요구를 이해하게 됐죠.
그 후, 고객과의 소통 방식을 바꿨어요. 문제만 해결하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고객과 함께 가는 파트너라는 자세로 임했어요. 테스트 기준을 새로 정리하고, 테스트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고객 대응을 보다 체계화했죠. 저 자신이 업그레이드됐음은 물론, 고객사로부터 인정받고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는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르게 보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됐어요.
협력사로 파견돼 반도체 공정의 한 부분인 웨이퍼 제조 업무를 담당했을 때도 생각나네요. 현장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개발과 양산 환경을 개선했어요. 그랬더니 수율 향상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Q. 이 일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은 기술적 전문성이 쌓이면서 복잡한 문제도 체계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는 거예요. 이런 태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되죠. 단점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압박이 지속된다는 점이에요. 그러나 이런 긴장감이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Q. 이 일에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정확성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해요. 매뉴얼을 준수하고 익숙한 과정도 반복해서 검증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죠. 또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도 갖춰야 해요. 우수한 테스트 알고리즘이나 보다 나은 공정을 위해서는 매 상황에 맞는 새로운 과정을 고민해야 하거든요.
의사소통 능력도 필수예요. 후공정은 설계와 제조, 고객, 외주업체 등 다양한 부서와 연결되기 때문에, 기술적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물론, 타 부서와 의견을 조율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용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해요.
Q. 고민하는 십대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끈기와 책임감, 협업하는 태도예요.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죠.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접하다 보면, 분명 나만의 길이 보일 거예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자료를 찾아보는 습관을 기르세요.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함을 잊지 마세요.
Q. 앞으로의 비전을 나눠 주세요!
저는 단순한 엔지니어에 머물고 싶지 않아요. 제 사명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터에서 정직함과 섬김의 자세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는 말씀은 저의 직업적 태도이자 신앙의 실천이에요. 제가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통해 더욱 신뢰받는 전문가가 돼,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을 세우는 데 쓰임받고 싶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믿음의 영향력을 흘려 보내는 삶을 살고 싶어요.
<큐틴> 친구들도 ‘내가 있는 자리가 어떠하든 하나님께서 나를 들어 크신 일을 이루신다’라는 믿음으로 주변에 본이 되고, 하나님의 섭리와 문화를 정착시키는 작은 도구가 되길 기도할게요.
Back-End Semiconductor Engineer
반도체 후공정 전문가
하는 일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제품을 테스트해 품질을 확인하는 일.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
업무 수행 능력
창의력, 책임감, 논리력, 설득력, 의사소통 능력 등
되는 길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반도체 전문 기업에서 일할 수 있음
지식
수학, 물리학, 화학, 기계 공학, 전자 공학 등
관련학과
전자 공학과, 신소재 공학과, 반도체 공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