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이수영 기자>
친구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판하는 장면을 많이 봤지? 판사 앞에서 선고를 받기까지는 정말 지루하고도 긴 시간을 보내야 해. 그런데 상대가 선고에 불복하고 상급 법원에 항소한다? 그러면 또 그만큼의 싸움이 이어지는 거지. 이처럼 몸과 영혼을 모두 피폐하게 하는 분쟁은 경험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수월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어. 장혜영 조정위원을 통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화해자로 오신 예수님의 사역과 닮은 조정 업무에 대해 알아보자.
Q. 법원 조정위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누구나 살면서 원하지 않는 싸움에 휘말릴 때가 있죠. 상대와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되면 참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법원을 찾아야 할 때도 있어요. 현재 대한민국 법원은 재판과 조정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있어요.
재판은 최종 판결까지 오랜 시간과 엄청난 돈이 들고, 그 과정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도 크죠. 조정이란 저와 같은 조정위원을 통해 이들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에요. 조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재판에 비해 시간도 덜 걸리고 따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도 훨씬 덜 드는, 분쟁 해결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판은 판사가 담당하고, 조정은 조정위원이 담당하는데, 그중 판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고 조정을 전담하는 사람이 상임조정위원이에요. 저는 변호사로서 서울고등·중앙지방법원에 소속돼,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Q.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시게 됐나요?
저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중학생과 대학생 시절에 교회에 나간 적이 있긴 하지만,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돌아가셨다는 말이 영 믿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교회 밖으로 나가 세상에서 살던 중, 20대 시절에 큰 어려움을 만났어요. 그때 이 세상에 창조주가 계시다면, 내게 나타나 달라고 간절히 부르짖기 시작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하나님을 찾으며 부르짖던 어느 날, 해가 질 때쯤 갑자기 망치가 머리를 세게 때리는 느낌이 나더니, ‘예수님은 하나님을 믿으라고 네게 보낸 분이야’라는 음성이 들렸어요. 이어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는 말씀이 생각나면서, ‘예수님께서 참된 진리시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 후 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고, 매일 성경 말씀을 보고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시 저는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매일 시간을 정해 1년 넘게 꾸준히 기도한 후, 회사를 그만두고 사법 고시 준비의 길로 접어들었죠.
그런데 어느 날 공부하던 중, 제가 법원 마크 아래에서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있는 환상을 봤어요. 당시에는 그 환상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그 후 사법 고시에 합격하고 전국 법원 최초로 조정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된 후에야 그 환상의 의미를 알게 됐죠. 하나님께서는 7년 전에 이미 제가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알려 주셨고, 그 계획을 이루신 거예요.
Q.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하시나요?
상임조정위원은 법원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민사 사건의 조정을 전담하는 자리예요. 분노할 대로 분노한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맡겨진 사건 당사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해요. 내 힘이 아닌, 주님께서 주시는 능력과 지혜로 해결되기를 간구하는 거죠.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세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 그러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주시는 것을 경험해요. 하나님께서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려 주셔서 때로 제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도 하죠. 저는 작은 조정실에서 기적이 일상이 되는 경험을 날마다 하고 있어요.
Q. 일하시며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오랜 시간 여러 개의 소송을 겪으며 힘들어하시는 분들의 분쟁을 해결해 드릴 때,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분이 많이 계세요.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해, 그분들의 분쟁을 해결해 드리는 일은 정말 보람되고 의미 있죠. 혹여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시며 마음 편히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법조인으로서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요.
Q. 이 일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이 일은 제가 원해도 계속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어요. 현재는 4년에 한 번씩 다시 위촉 절차에 지원하고 합격해야만 계속할 수 있죠. 그래서 더욱 하나님만 의지하고, 저를 책임지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이 또한 완전한 단점은 아니고, 감사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Q. 이 일에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가요?
일반 조정위원은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되지만, 저처럼 판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진 상임조정위원이 되려면 변호사 자격을 갖춰야 하고 조정 경력도 필요해요. 공정한 시각으로 양쪽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인 글을 쓰는 법, 쟁점을 파악하는 분석력도 요구되죠.
또한 정의롭고 형평성 있는 사고도 필요해서, 평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찰력 있는 안목으로 ‘바라보고 나라면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는 것이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분쟁 해결을 진심으로 바라며 지혜롭게 도우려는 마음이죠.
Q. 고민하는 십대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저는 ‘왜 나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없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를 만드신 하나님께 답을 알려 달라고 기도했죠. 그랬더니 정말 알려 주셨어요. 여러분도 하나님께 꿈을 꾸게 해 달라고 매달리세요.
하나님께서 10년 전부터 제게 다음 세대를 향해 선포하라고 하신 메시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라”예요.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도전하세요.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길을 여시고 이루겠다고 약속하셨어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실을 믿으세요. 그리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꿈을 위해 준비하세요.
Q. 마지막으로 사명과 비전을 나눠 주세요!
상처 많고 꿈도 없던 제가 예수님을 만나 새 사람이 되고 새 직업을 가지게 된 것처럼, 예수님을 만나면 꿈이 이뤄진다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 주고 싶어요.
또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분쟁이 화해와 조정으로 해결되게 하는 데 쓰임받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법원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위에 굳건히 세워지기를, 그리고 이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는 주님의 자녀가 되기를 소망해요.
Court Arbitrator
법원 조정위원
하는 일
분쟁이 생긴 개인이나 단체, 기관 등이 재판까지 이르지 않도록 조정안을 제시해 합의를 도모함
업무 수행 능력
분석력, 논리력, 설득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글쓰기 등
되는 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경력을 쌓을 수 있음
지식
법률, 철학, 심리 등
관련학과
법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