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고센의 중심 도시, 소안
애굽의 고센은 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는 나일강 삼각주 지역 중 가나안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나일강이 카이로에서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170km 지점까지 펼쳐진 삼각형 모양 옥토의 오른쪽, 즉 동쪽에 위치한 지역이 고센 땅이다.
이곳은 ‘하이집트’라 불리는, 애굽에서 가장 풍요로운 지역이다. 고센은 주전 16세기와 11세기에 여러 왕조의 수도가 자리 잡곤 했던 번성한 도시였다. .
이스라엘은 이 땅에 430년을 머무는 동안, 70명으로 시작해 장정만 60만이 되는 기적적인 인구 증가를 이룬다. 출애굽 때 고센의 중심 도시는 라암셋, 비돔, 숙곳 등이 언급되지만, 현재 유적으로 남은 최고의 도시는 타니스(Tanis)라 불리는 ‘소안’이다.
출애굽 시 열 재앙이 일어난 소안 들
아삽은 “옛적에 하나님이 애굽 땅 소안 들에서 기이한 일”, 즉 출애굽 당시 열 재앙을 행하셨다고 노래한다(시 78:12). 한편 애굽이 이스라엘에게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설하게 한 이유는, 아시아 쪽에서 올 수 있는 적들로부터 소안과 그 들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보여진다(출 1:11).
소안은 요셉이 총리로 재임한 힉소스 왕조의 수도인 아바리스와 이스라엘이 쌓은 국고성 라암셋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후 소안은 여러 왕조 기간 동안에 나일강 삼각주 지역의 수도 역할을 감당했고, 히스기야 때까지도 애굽의 수도였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바로의 유물들
소안(타니스)에 이르면 거대한 아몬 신전 터를 볼 수 있다. 아몬 신은 주로 나일강 상류의 수도인 노아몬(룩소르)에서 섬겼는데, 이곳에 큰 아몬 신전을 세우고 섬겼다고 해서 새로운 ‘룩소르’라 불리기도 한다. 즉, 나일강 상류 남쪽 수도를 노아몬(룩소르)이라고 한다면, 나일강 하류 북쪽 삼각주의 수도는 소안(타니스)이라는 말이다.
아몬 신전 터 입구 오른쪽으로 특별한 표지와 함께 무덤 군이 보인다. 이곳은 애굽 21~22왕조인 주전 1077년부터 716년까지 바로들이 묻히고 도굴되지 않았던 왕릉이다.
우상 숭배 문화의 잔재
신전 끝에 있는 산은 흙벽돌로 쌓은 성이다. 3천 년 이상이 지난 것임에도 여전히 건재하며, 그 벽돌 안에 여전히 보이는 짚은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노동하며 넣은 그 짚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안의 정상으로 보이는 내성으로 올라가 보니, 또 하나의 벽이 성을 둘러싸고 있다. 애굽인들은 나일강이 범람하면 농사를 짓지 못하기에, 이곳에 올라와 각종 신들에게 제사를 드렸다. 특히 풍요의 신인 하토르 신, 암소 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이스라엘 백성은 400년 넘게 이런 제사를 봐 왔으며, 어떤 이는 이에 동참했을 것이다.
시내산 아래서 모세가 잠시 산에 올라가 하나님을 만나는 사이에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긴 이유는, 애굽의 우상 숭배 문화에 젖었던 습관을 채 버리지 못해서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시편과 에스겔에 언급된 소안은 출애굽 해 우상에서 해방됐음에도, 여전히 변형된 우상을 섬기는 우리에게 경고를 주는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