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5년 11월

미지근한 신앙의 도시, 라오디게아(계 3장)

성경지리 이문범(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바울의 1차 전도여행 경유지

라오디게아는 에베소에서 약 160km 떨어진 곳으로 루카스강 언덕에 있다. 라오디게아 지역은 헬라 문화의 경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동쪽 산지로 향하면, 사도 바울의 1차 전도여행지인 갈라디아의 비시디아 안디옥을 지나 수리아 안디옥에 이른다.

라오디게아 북쪽에는 히에라볼리, 남쪽에는 골로새가 위치한다. 바울은 이 골짜기를 따라 3차 전도여행과 5차 전도여행을 했다. 세상의 군왕들이 정복한 길을 따라 복음으로 도시들을 정복한 것이다.

 

미지근한 신앙에 비유되다

라오디게아교회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앙 때문에 책망받았다(계 3:15~

16). 라오디게아는 골로새로부터 차가운 물을, 온천이 있던 히에라볼리로부터 뜨거운 물을 공급받았는데, 두 지역의 물은 라오디게아에 도착하면 모두 미지근해졌다. 예수님께서는 미지근하며 열정을 잃은 신앙인을 토해 버리겠다고 경고하셨다.

예배당 오른쪽으로 차가운 물이 흘러오는 골로새의 설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히에라볼리 온천이 보인다. 교회 유적지에 있는 상수도관을 보면, 예수님께서 라오디게아교회의 신앙을 미지근한 물에 비유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일곱 교회 중 칭찬이 없는 유일한 교회

좌우에 탑이 있는 동문으로 들어서면 도시를 관통하는 넓은 도로(카르도)가 있다. 특히 황제 숭배와 아폴로, 아데미, 아프로디테 등을 섬기던 거대한 신전이 좌우에 즐비하다.

주후 4세기경 기독교가 국교화되면서 신전이 교회로 사용되기도 했다.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복원하고 있는 라오디게아는 거대한 도시의 위용을 나타낸다. 그러나 라오디게아교회는 일곱 편지 중 칭찬이 없는 유일한 교회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자처럼 여겼지만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 3:17)라는 평가를 받았고,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네 눈에 발라 보게 하라”(계 3:18)는 경고를 들었다.

 

영적 소경이라 책망받다

또한 라오디게아는 브루기아의 최고 의료 중심지였다. 근처의 신전과 훌륭한 의료 센터는 약한 눈을 치료한다고 알려진 ‘프리기아 가루’로 안약을 생산했으며 로마의 신 멘 카루(Men Karou)에게 헌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 기술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라오디게아교회 성도들은 자신들이 영적 소경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주요 산업인 윤기 나는 검은 양모는 큰 명성을 얻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해 ‘벌거벗은 자’라고 하시며, 흰옷을 사서 입으라고 말씀하신다.

미지근한 신앙에서 열심 있는 신앙으로 나아가는 길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마음 문을 여는 데서 시작됨을 되새긴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