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우리는 답답한 상황에서 하나님께 많은 질문을 한다. ‘왜 나쁜 사람이 더 잘되는가?’,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면 왜 악인을 그냥 두실까?’ 우리는 늘 빨리 정리된 답을 받고 싶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질문을 묻어 두지 않고 하나님께 가져간 사람, 바로 하박국이다.
하박국이 살던 시기는 앗수르 제국이 약해지고 바벨론이 급부상하면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던 격변기였다. 유다는 그 틈에서 흔들리는 약소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박국은 ‘현실이 무너지는 이유’를 하나님께 묻는다.
질문을 숨기지 않다
하박국 선지자는 유다의 현실을 보며 절규한다. 그는 공동체 안의 폭력과 불의, 다툼과 억압, 그리고 율법이 해이해지고 정의가 굽어지는 현실을 보며(합 1:2~4), “하나님께서 계시는데 왜 잠잠하신가?”에 대해 묻는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 묻는다. 하박국은 ‘신앙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짜로 믿기에 질문을 멈출 수 없던 것이다.
우리도 억울한 오해, 관계에서의 상처, 정직이 손해처럼 느껴지는 순간 등 불공평한 장면을 마주한다. 그때 하박국처럼 질문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께 가져가자! 질문은 불신이 아니라, 하나님께 기대는 방식이다.
파수꾼처럼 기다리다
강대국 사이에서 작은 나라가 흔들리듯, 우리 마음도 불안함 속에서 ‘조급함’에 끌려가기 쉽다. 이런 시대일수록 신앙은 ‘얼마나 빨리 해결되는가’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하박국에게 “묵시를 기록하라”고 하시며,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고 말씀하신다(합 2:2~3).
이때 하박국은 “내가 파수하는 곳에 서며,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인다(합 2:1). 하박국은 질문한 뒤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의 믿음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역사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버티는 신앙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조급함을 느낄 때가 많다. 답이 늦으면 불안하고, 결과가 흔들리면 내 가치가 무너진 것만 같다. 그래서 신앙도 ‘빨리 해결되면 믿겠다’로 흘러가기 쉽다. 그런데 하박국은 질문을 던진 뒤에도 ‘파수꾼의 자리’를 지키며 기다렸다. 이처럼 우리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마음의 중심을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고정하는 훈련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기쁨을 노래하다
하박국 3장에서 그는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한다(합 3:1).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7~18).
하박국은 최악의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무화과, 포도, 올리브, 밭의 소출, 양, 소는 당시 삶의 기반 전체를 대표한다. 하박국은 이것들이 없을지라도, 오직 하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고 고백한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면 기뻐하겠다”가 아니라, “문제가 남아 있어도 하나님 때문에 기뻐하겠다”로 나아간다. 이것이 하박국이 보여 주는 신앙의 완주이다.
우리에게도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한 순간이 있다.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날, 관계가 깨지는 날, 마음이 텅 비는 날, 미래가 흐려 보이는 날이 있다.
그때 기억하자. 그리스도인은 상황이 무너져도 하나님 한 분으로 인해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제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더 크게 찬양하는 십대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