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2025년 10월

깨어진 자리에서부터 시작된 유다의 회복 여정

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우리 모두에게는 감추고 싶은 과거, 되돌리고 싶은 기억, 실패의 흔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손에 들릴 때, 상처는 간증이 되고 부끄러움은 은혜의 증거가 된다. 하나님께서는 실패조차 축복의 재료로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유다도 처음에는 실패와 부끄러움, 책임 회피로 얼룩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결정적인 인물로 변화한다. 어떻게 그에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는지 유다의 삶을 함께 살펴보자.

 


책임 회피에서 책임 수용으로

창세기 44장에는 야곱의 아들들이 애굽에서 요셉 앞에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발견되자, 요셉은 그를 붙잡아 두고 형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이때 유다가 요셉 앞에 나아가 간청한다.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소서”(창 44:33). 책임을 회피하던 자가, 이제는 책임을 자청하고 있다.

창세기 37장에서 유다는 동생 요셉을 죽이려는 형들에게 그를 팔자고 제안했다. 이는 형제애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 동생을 위해 자신이 대신 종이 되겠다는 희생의 결단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진심 어린 회개이자 책임의 수용이다. 그는 더 이상 과거처럼 숨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 역시 실수하거나 책임을 피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나 유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수가 너의 끝이 되지 않게 해라. 진짜 용기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유다처럼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수용하는 자가 될 수 있다.

 

분열에서 회복으로

유다의 변화는 개인의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삶은 공동체를 위한 리더십으로 확장된다. 창세기 46장에서 야곱은 애굽으로 내려가며, 유다를 먼저 보내 가족을 고센 땅으로 인도하게 한다. 이는 야곱이 유다를 깊이 신뢰함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야곱의 마지막 유언에서 유다는 놀라운 축복을 받는다.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통치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기를”(창 49:10). 이 말씀은 장차 메시아께서 유다의 후손으로 오실 것을 예고한다. 이것은 단순히 가문의 영광이 아니다. 회복과 순종, 그리고 섬김의 리더십을 통해 주어진 영적 권위다.

리더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는 실수했을 때 책임지고, 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앞장선다. 학교와 교회, 가정에서 우리는 ‘작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유다처럼 먼저 책임지고 먼저 섬기자.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시키신다.

 

실패조차 생명의 통로로

다말 사건은 유다의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장면 중 하나다. 그는 며느리 다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는 죄를 저지른다. 도덕적 기준으로 본다면, 결코 변명할 수 없는 치명적인 잘못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는 이렇게 기록된다.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마 1:3). 유다와 다말, 인간의 실패와 수치의 이름이 구속사 족보 안에 당당히 기록된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도덕적으로 흠 없는 자가 아니라, 회개하고 돌이킨 자를 통해 일하신다는 강력한 증거다. 유다는 자신의 실패를 숨기지 않았고, 이를 하나님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 모든 사람을 위한 생명의 통로를 여셨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핵심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상처와 부끄러움마저도 그분의 역사 속에 사용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