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아전인수
여름비 내린 뒤끝 이맘때의 농촌 사람들은 새벽 일찍부터 삽을 들고 논에 나가 물대기에 바쁩니다. 제 논에 넘친 물은 물꼬를 터서 아래로 흘려보내 주고, 제 논에 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윗논 뚝 물꼬를 뚫어 적당히 물을 끌어다 채워 놓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내 논밭에 물을 끌어 대겠다는 욕구야말로 농부들의 제1본능이 아닐까 싶은 것이지요. 문제는 끌어다 댈 그 물의 절대량이 부족할 때 흔히 발생합니다. 이른 새벽 눈 부비며 부리나케 논에 나와 보니 밤사이에 누군가가 제 논 뚝을 헐어 물을 빼내 갔다고 칩시다. 머리칼이 곤두서고 눈이 뒤집힐 건 정한 이치가 됩니다. 농부에게 있어서 논물이란 핏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멱살을 움켜 쥔 논두렁의 대판거리는 예로부터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사태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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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