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이 포도주로 변할 때
기억은 시간의 저장소가 아닙니다.휘파람 소리같이 지나가는 시간과 사건들을욕망의 참나무통 안에 가두어 발효시키는 것철 지난 포도알들이 노을처럼 불타다가 터지면그때 당신은 내 일상의 기억들을 발효시키는지하실의 어둠이 되어 찾아오십니다.당신은 거기에서오래 침묵하는 법과아픔을 참는 법과눈물 없이 망각하는 법을 일러 주십니다.이제는 늙어 마지막 내 한 방울의 젊음이가을 벌판에 쏟아지는 찬비가 되는 날비로소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따르라 빈 잔에눈물처럼 고이게 하지 말고희열의 샘물처럼사랑의 잔을 넘치게 하라맹물의 기억은 오로지당신의 지하 창고의 어둠 속에서만진한 향기의 포도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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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