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6년 01월

바울이 고별설교를 했던 밀레도(딤후 4장)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바울이 두 번 방문한 중요한 항구

사도 바울은 3차 전도여행을 마치면서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밀레도에 들려 에베소의 장로들을 불러 고별설교를 했다.

그는 예루살렘의 오순절 명절을 지키기 위해, 에베소에서 지체하지 않으려고 에베소 지도자들을 밀레도로 따로 불러 당부를 전한 것이다.

또한 바울은 로마에서 풀려난 후 마지막으로 전도여행을 할 때 이곳에 들렀다. 옥중서신인 빌레몬서에서 바울은 골로새에 있는 빌레몬에게 가겠다고 했는데, 그곳으로 향하는 항구가 밀레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께 사역하던 드로비모가 이곳에서 병이 들어 회복을 위해 머물게 했다(딤후 4:20).


반도의 주요 항구에서 육지로 바뀐 도시

밀레도는 에베소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메앤더강 하구 근처의 방어가 쉬운 작은 반도에 위치해 있다. 고대에는 육로로 에베소와의 연결이 힘들었고 주로 선박을 이용했다. 그러나 현대는 메앤더강의 토사들이 하구에 지속적으로 내려와 침전되면서 해안선이 10km나 밀려났고, 에베소로 가는 길까지도 육지가 됐다.

 

에베소만큼 번영했던 도시

현재는 일부 순례자들이 방문하나, 가는 길도 1차선으로 한적한 시골에 불과하다. 밀레도 유적 가까이에 이르면 개들이 도로에 누워 비켜 주지 않아 버스조차도 경적을 울려야 느릿느릿 길을 내줄 정도다.

유적지에 도착하면 온전히 남아 있는 원형 극장이 위용을 드러낸다. 극장은 알렉산더 정복 시기인 주전 4세기에 건설돼 5,3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후 로마 시대에 더 크게 확장돼 2만 5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극장이 됐다. 비잔틴 시대의 건축물이 극장 위에 지어지면서, 전체 좌석을 볼 수 없지만 그 크기는 가늠할 수 있다. 극장 수용 인원으로 미뤄 볼 때, 이곳이 에베소에 비길 정도로 번영했던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원형 극장에서 바라본 바울의 사역

원형 극장의 정상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 고대 항구 지역을 볼 수 있다. 아직도 늪지대로 물이 차 있는 곳이 보인다. 고대 항구에서 내리면 바로 오른쪽에는 유대인 회당이 있고, 왼쪽에는 아폴로 신전이 있다. 길을 따라오면 북쪽 아고라와 남쪽 아고라로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분명히 사도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을 만났을 것이다.

바울은 에베소 지도자들에게 예루살렘에서 큰 환난이 있겠지만, 자신이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생명조차 귀히 여기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이후 에베소 지도자들은 무릎 꿇고 함께 기도하고 크게 울며, 배까지 바울을 전송했다.

주후 56년경 바울은 이곳에서 고별설교를 한 후, 65년경 밀레도에 다시 왔다. 병들어 전도의 길을 멈춰야 했던 드로비모, 병든 자를 두고 사명의 길을 가던 바울은 또다시 고별설교를 하고 사명의 길을 갔으리라(행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