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6년 03월

전쟁이 많았던 암몬의 수도, 랍바 암몬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랍바 암몬, 물이 많은 얍복강의 근원지

랍바성은 요단 동편 넓은 고원 들판에서 푹 함몰된 지형 가운데 국자 모양으로 솟아 있다. 해발 839m에 둘레가 1.6km의 성벽을 가진 도시 랍바는 ‘크다’는 뜻을 가졌으며, 암몬의 수도였다가 현재 요르단의 수도가 됐다.

성 입구에는 랍바성 유적 지도를 보기 좋게 돌에 새겨 놓았다. 다윗이 랍바 암몬을 정복했을 때, 요압은 이곳을 ‘물들의 성읍’이라 칭했는데, 이곳이 물이 많이 나오는 얍복강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삼하 12:27).

랍바는 남북을 연결하는 고대 국제 도로인 왕의 큰길(왕의 대로)이 지나는 길목 도시로, 북쪽의 다메섹과 남쪽의 아라비아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였다.


우리아의 피가 스민 암몬성

출입구에 들어서자 성의 이름이 암몬족의 ‘랍바 암몬, 헬라와 로마의 필라델피아, 아랍의 암만’으로 바뀌었다는 표지석이 놓여 있다.

이곳에는 청동기 시대부터 아랍 시대까지 다양한 역사의 유적이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헤라클레스 신전이다. 성의 중심부에 위치해 어디서나 잘 보이는 이 신전은 고대 암몬 족속의 밀곰 신전이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밀곰은 암몬 자손이 섬기던 주신으로, 솔로몬이 암몬과 정략결혼을 했을 때 그들의 신전을 다윗성 앞 멸망산에 세우기도 했다.

신전의 오른쪽으로 돌아 북쪽을 보면 아랍 우마야드 시대의 거대한 궁전이 나온다. 유일하게 아치형 입구가 있는 궁전은 그 크기가 당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컸다. 궁전의 동쪽에는 물을 담아 두는 저수조가 있다. 성 위에는 샘이 충분하지 않기에 물 저장고가 매우 크다. 북쪽으로 계속 나아가 최북단에 이르면 성의 가장 취약 지역이자 전쟁이 많았던 지역이 보인다.

다윗은 밧세바를 범한 후 임신하자, 그 죄를 덮으려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죽이라고 요압에게 명령했다. 요압은 미리 암몬 군이 있는 지역을 알아 두고, 그곳에 우리아를 투입해 죽게 한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아의 피가 스며든 곳이 바로 암몬성 최북단이다.

남쪽으로 300m를 걸어오면, 암몬성의 작은 박물관이 나온다. 암몬성에서 발견된 소소한 유물과 모압왕 메사의 비문 사본 등을 통해 요단 동편 지역의 역사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남쪽 끝에서 내려다보면 깊은 골짜기에 잘 보존된 로마 시대 극장이 보이는데,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암몬, 롯 후손의 땅으로 황폐화 됨

암몬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 후손의 땅이다. 그들은 사사 시대부터 적대적으로 지내다가 다윗 시대에 정복당해 속국처럼 지냈다. 이후 솔로몬이 암몬 공주와 결혼해 르호보암을 낳고, 우호적 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암몬은 자기 지경을 넓히려고 길르앗 지역의 아이 밴 여인의 배를 가르기까지 했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은 이런 암몬이 황폐해질 것을 예언했고, 1879년 인구 조사 시 500명밖에 없는 소도시가 됐다. 요르단은 독립 후 암몬을 수도로 정하며, 폐허가 된 랍바성을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