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5년 08월

에돔의 수도이자 왕좌가 있던 보스라(창 33장)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에돔의 수도·궁전이 있던 보스라

부쉐이라(Buseira)로 알려진 보스라는 ‘양 우리’ 혹은 ‘요새’라는 뜻을 지닌다. 이곳은 에돔의 최북단 지역으로, 삼면이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이다.

이곳의 유적에서 분열 왕국 시대(주전 8~9세기)인 후기 철기 시대의 요새화된 주거지와 궁궐, 석조 좌변식 화장실, 앗수르의 총독부 건물 구조, 비문들이 나왔고, 페르시아 시대의 요새도 발굴됐다. 보스라에 궁전을 뒀던 에돔 왕들의 이름이 앗수르의 사르곤 2세, 에살핫돈, 아술바니팔의 비문에 등장한다. 보스라는 바벨론 아보니두스에 의해 크게 파괴됐다.

산책로처럼 길게 이어지는 길 오른쪽에는 전망대와 물 저장고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그 아래 길게 이어진 경사로가 있다. 이를 통해 굉장히 넓고 큰 요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동쪽 입구만 막으면 누구도 침범할 수 없어 보인다.

 

이사야서에서 심판의 성읍이 된 보스라

에돔의 중요한 도시였던 보스라는 이사야의 예언에서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된 성읍이었다(사 34:6). 예레미야는 보스라가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치욕을 당하며, 황폐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렘 49:13, 22).

이후 에돔 족속은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할 때 방관하고 기뻐했으므로, 오바댜 선지자를 통해 심판 선고를 받는다. 바벨론 왕 나보니두스가 이 일을 이뤘다.

신약 시대에는 유다의 남쪽에 이주해 살던 에돔 족속(신약에서는 이두매 족속) 중 대 헤롯이 로마의 힘을 빌려 통치하는 분봉왕이 되면서, 다시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는다.

이사야 63장 1절에 “에돔에서 오는 이 누구며 붉은 옷을 입고 보스라에서 오는 이 누구냐 그의 화려한 의복 큰 능력으로 걷는 이가 누구냐 그는 나이니 공의를 말하는 이요 구원하는 능력을 가진 이니라”는 표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왜 예수님께서 에돔에서 오시고, 에돔 왕궁이 있던 보스라에서 오신다고 했을까?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에돔 출신의 분봉왕 헤롯에게 조롱당하신 후 붉고 화려한 홍포를 입으신 장면이 연상된다(마 27:28, 31; 눅 23:11).

 

조상의 축복에도 구원을 거부해 멸망

신약성경에는 에돔 출신의 헤롯이 3명 나온다. 첫 번째 헤롯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의 헤롯으로, 예수님을 죽이려 했다. 그의 아들 헤롯은 갈릴리와 요단 동편 베레아의 통치자가 되면서 세례 요한을 죽이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예수님을 조롱했다. 그리고 대 헤롯의 손자 헤롯 아그립바는 야고보 사도를 죽이고, 베드로를 죽이려다가 실패한 후, 가이사랴 항구에서 벌레에게 먹혀 죽었다.

에돔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축복을 받고 장남으로 태어난 에서의 후손이다. 그들에게는 조상의 축복이 있었다. 또한 예수님의 복음을 접했음에도, 권력에 눈이 어두워 결국은 구원의 복음을 거부한 민족이 됐다. 아브라함과 이삭에 이르기까지 조상의 복을 계속 이어 갈 자는 누구인가? 아마도 보스라의 이름 뜻처럼, 여호와께 ‘요새’를 두는 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