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출발선에서는 모두가 힘차게 달려간다. 그러나 10km, 20km를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지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속도나 기록이 아니다. 끝까지 달려 완주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라톤의 본질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디모데후서에서 그는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딤후 4:7)라고 고백했다. 바울은 인생이라는 긴 경주에서 복음을 붙들고 끝까지 달렸다. 특히 바울의 마지막 편지인 디모데전후서는 결승선을 앞둔 자가 남긴 유언과 같다. 바울은 감옥에서도 복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제자 디모데에게 복음을 맡겼다. 바울이 달려온 그의 삶의 여정을 함께 살펴보자.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바울이 디모데후서를 기록할 당시 로마는 네로 황제의 폭정 아래 있었다. 64년 로마 대화재 이후, 기독교인들은 방화범으로 몰려 잔혹한 박해를 당했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숨겼고, 복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바울은 복음을 전한 죄로 감옥에 갇혔고, 두려움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딤후 4:10).
그러나 바울은 결코 복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딤후 1:8)고 권면했다. 여기서 ‘부끄러워하다’는 사회적 수치와 모욕을 두려워해 관계를 끊는 태도를 의미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수치심 때문에 바울을 떠났다. 그러나 바울은 오히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명한다.
오늘 우리는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눈치를 보거나, 때로는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울은 감옥에서도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결승선에 이르는 순간까지 복음을 붙들었다. 인생의 마라톤에서 진정한 승자는 기록을 세운 자가 아니라, 끝까지 복음을 붙든 자이다. 바울처럼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담대히 붙드는 십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을 비전으로 보다
디모데전후서는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기록된 편지다. 바울은 디모데를 “사랑하는 아들”(딤후 1:2)이라 부르며, 그를 자신의 사역을 이어 갈 계승자로 세웠다. 또한 바울은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딤후 2:2)”고 명령한다. 여기서 ‘부탁하다’는 보석이나 귀중품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바울은 복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이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맡겼다.
그의 사역의 진짜 열매는 사람, 곧 제자였다. 디모데, 디도, 브리스가와 아굴라 같은 동역자들이야말로 바울의 비전이었다. 그는 복음을 맡길 사람을 찾았고 그들을 세웠다. 마라톤에서 바통이 이어지듯, 복음은 반드시 예수님의 제자인 다음 세대에게 이어져야 한다.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4장에서 자신의 죽음을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의 절정으로 본다(딤후 4:6). 즉, 그의 인생 전체가 하나님께 드려진 예배였던 것이다.
이어서 바울은 멋진 고백을 한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 이는 이 땅에서 그의 삶이 하나님 앞에서 믿음의 경주를 완주했음을 나타낸다.
인생의 결승선에서 바울은 “나는 믿음을 지켰다”라는 단 한 문장을 남겼다. 오늘의 시대는 성취와 결과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바울은 성취가 아니라 신실함을 남겼다. 신앙의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바울과 같이 믿음을 지키며 신실하게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의의 면류관은 우리의 영광스러운 상급이 될 것이다(딤후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