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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깨운다 송인규 교수_ 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작품 《은의자》의 주인공은 질과 유스터스이고, 주역은 릴리언 왕자와 퍼들글럼이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녹색 마녀이다. 만일 그녀가 없었다면 캐스피언의 부인(왕비)이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아들 릴리언 왕자가 실종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질과 유스터스는 릴리언 왕자를 구해 오라는 사명도 부여받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은의자》의 스토리 자체가 구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질, 유스터스, 릴리언, 퍼들글럼과 녹색 마녀의 차이는 그녀가 악의 실행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이 녹색 마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영문학자 피터 쉐컬(Peter J. Schakel)은 이 마녀가 사탄이나 마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고, 그저 동화 속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악의 인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는 녹색 마녀가 뱀으로도 변신하는 점에 주목해, 뱀이 에덴동산의 뱀(사탄)을 떠올린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C. S. 루이스는 1959년 편지에서 《은의자》의 주제가 “어둠의 세력에 대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설사 녹색 마녀의 정체가 마귀 또는 사탄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존재로 인해 어둠의 세력이 퍼져 나갔음은 인정하는 셈이 된다. 다시 말해 녹색 마녀는 《은의자》의 등장인물들에 대항해 어둠의 세력을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