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가 끝났는데도 연일 화제다. 시즌2 최종 우승자는 일명 조림핑, 조림마, 조림 인간으로 불린 최강록 셰프다. 그는 조림 요리를 잘하는 고수로 통한다. <흑백요리사> 결승 요리 대결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최강록 셰프는 이 주제의 대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필살기인 조림 요리가 아닌 평범해 보이는 ‘깨 두부 국물’ 요리를 내놓았다.
이 요리를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요리사로서 하루 종일 손님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단 90초도 써 본 적이 없다. 가게 문을 닫을 즈음, 닭 뼈, 대파 등 남은 식재료로 깊은 육수 국물과 수제 깨 두부, 그리고 노동주인 소주 한 잔을 곁들여 하루 동안 힘들고 고단했던 일과를 국물로 잊으며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 음식을 만들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안성재 심사 위원은 음식을 맛보며, 마음을 딱 치는 “정직한 음식”(Honest cooking)이라고 평했다. 최강록 셰프는 2013년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나가 우승하며 ‘조림핑’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후, 스스로 조림을 잘하지 못하지만 조림을 잘하는 ‘척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다른 셰프처럼 ‘시그니처 요리’라고 할 만한 요리도 없는 평범한 셰프로 살아왔다는 그는 <흑백요리사> 시즌1 탈락에 이어 시즌2에 재도전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패를 딛고 재도전해 성공한 그의 이런 덤덤한 겸손함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 편의 완벽한 서사’라고 극찬하며 열광한다.
우리는 누구나 “~척하며” 살 때가 있다. 몇십 년간 제자훈련을 해 온 목회자들도 한때는 “제자훈련을 잘 인도하는 척”하며 살았던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20년, 30년, 40년 제자훈련 한길을 걸어온 목회자들은 그 ‘척하며’ 살던 시기를 지나, 드디어 원숙하면서도 노련한 제자훈련 인도자로 서게 된다.
그리고 밤늦게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최강록 셰프처럼 남은 식재료로 자신을 위로하는 깨 두부 국물 요리를 만들어 먹듯이, 어느새 자신만의 제자훈련 노하우가 깊이 밴 국물 맛을 우려내는 곰탕처럼 제자훈련의 고수가 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생전 고(故) 옥한흠 목사는 “제자훈련은 레시피가 여러 개가 아닌 곰탕처럼 한 가지라, 깊은 맛을 아는 사람만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깊은 곰탕 맛을 우린 목회자는 최강록 셰프의 ‘깨 두부 국물’ 요리처럼 정직한 음식 즉, ‘신실하고 충성된 목회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실하고 충성된 목회자라도 사역의 절정에서 은퇴하게 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길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다고 제자훈련을 하느라 다른 기술을 배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은퇴하는 전날까지 제자훈련을 하느라 자신의 은퇴 후 여정에 신경을 못 쓰거나, 노후 준비가 안 된 목회자들이 많다. 목회자의 은퇴는 단순히 경제적, 사역적인 것 외에도, 감정적인 준비도 필요하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교회 성도들과의 이별이 아직 준비 안 된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은퇴와 함께 찾아온 소외감은 자칫 노년기에 더욱 풍성해야 할 영성이 오히려 우울과 외로움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디사이플> 2월호에서는 “목회자의 은퇴 후 사역과 삶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기획 주제로 다뤄 봤다. 먼저 ‘은퇴 후의 사역과 삶은 현역에 있을 때부터 연속성 있게 준비해서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사역하기’, ‘성경의 인물을 통해 은퇴 후 작아지고 숨고 희미해져 뒤에서 교회와 후임목사를 위해 기도하기’, ‘은퇴 후 생활인으로서의 첫 출발, 기도는 뜨겁게, 준비는 차갑게 이성적으로 대비하라’는 내용 등을 살펴봤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