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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뿌리내리는 가족의 힘 <미나리>(2021)

2021년 08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느 이민 가정의 이야기가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던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무모해 보이는 시도 앞에 불안과 불편을 견뎌야 했던 아내 모니카(한예리)의 충돌이 어느 나라, 어느 세대, 어느 가정이나 겪는 보편적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아칸소에서의 시작은 처음부터 삐걱대는데, 암담한 이 가정에 돕는 손길이 찾아온다. 모니카의 친정 엄마 순자(윤여정)와 폴(윌 패튼)이다. “멍청한 미국인들은 저런 걸 믿지만 똑똑한 한국인은 머리를 써!”라고 말하는 제이콥은 방언과 고행, 퇴마 의식을 수행하는 폴의 도움을 받는다. 또한 교회 공동체를 원하면서도 아픈 아들 데이빗(앨런 김)을 위해 미신적인 요소까지 받아들이는 모니카는 “하나님, 그런 건 노 땡큐(no thank you)!”를 외치는 순자의 도움을 받는다. 폴과 순자는 이들 가족에게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결핍을 채우는 실질적 도움이자, 신앙의 균형을 잡아 주는 무게 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병아리 감별사와 농장 일을 병행해도 대출은 늘어나고, 수도가 끊겨 냇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은 부부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킨다. 결국 데이빗의 병세가 호전되고 작물의 판로를 뚫은 날, 제이콥과 모니카는 이별을 결심한다. 부부는 ‘서로를 구원해 주자’고 약속했지만, 각자가 생각한 방식과 결론이 끝내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밤 사고로 작물을 보관하던 헛간이 불탄다. 불길 속에서 제이콥은 모니카를, 데이빗은 할머니를 애타게 부른다. 눈앞의 성공이 좌절되는 예상치 못한 고난 속에서, 제이콥은 가족이야말로 자신의 구원임을 깨닫지 않았을까.
이후 제이콥은 순자가 냇가에 심은 미나리가 풍성히 자란 모습과 마주한다. 별 수고 없이도 알아서 잘 자라난 미나리가 이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일이 은혜가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Vol.199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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