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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고민하다 <기생충>(2019)

2020년 08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19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작들에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살아 있는 디테일과 장르적 변주를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던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 숨겨진 이면을 예리하게 건드린다. 과거에는 부자와 악덕, 가난한 자와 선량의 이미지가 연결됐다면, 현시대는 극중 충숙(장혜진)의 “부자니까 착한 거야, 내가 부자였으면 ...

무지개 너머 매직 킹덤을 찾아서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2020년 07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올랜도의 디즈니랜드 근방에 사는 여섯 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이야기다. 무니는 친구들과 주차된 차에 침을 뱉거나 모텔의 누전 차단기를 내리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천진난만한 악동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잔돈을 구걸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폐허가 된 콘도에서 놀다가 불을 내는 모습을 보면, 아슬아슬한 긴장과 함께 어딘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무니는 디즈니랜드가 보이는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에서 엄마와 살고 있다. 디즈니랜드 근처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형형색색의 기념품 숍...

지친 영혼에게 갓 지은 밥 한 끼를 <리틀 포레스트>(2018)

2020년 06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리틀 포레스트>는 음식을 다룬 영화이다. 감독은 요리 전문가의 부담스러운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범주에서 소박한 음식 한 끼가 힘들고 지친 사람을 어떻게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고시에 낙방한 혜원(김태리)이 고향 집에 내려왔다. 갑자기 왜 왔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배가 고파서 밥 먹으러 왔다”라는 대답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고향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집 앞마당, 뒷산, 고모네 논, 친구네 과수원 등에서 계절이 제공한 신선한 먹거리로 한 끼 한 끼 정성스레 밥을 지어 먹는다. 팥을 찌고 빻은 치자 ...

동상이몽이 된 관계의 끝 <결혼 이야기>(2019)

2020년 05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결혼 이야기>(2019)는 뛰어난 배우들의 역량과 조합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오징어와 고래>, <마고 앳 더 웨딩>, <위아영>,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등을 통해 가족 간의 미묘한 갈등과 복잡한 감정에 대해 다뤄 온 노아 바움백 감독의 최신작이다. LA 출신 배우인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극단을 운영하는 연출가 찰리(애던 드라이버)과 함께 아들 헨리를 키우며 뉴욕에서 산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TV 출연도 거절하고 남편의 극단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가...

작은 선택이 모여 내 삶이 된다 <7번째 내가 죽던 날>(2017)

2020년 04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4월이다. 더욱이 4·3 제주 항쟁과 4·19 혁명, 4·16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가 겪은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기억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두렵게 혹은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나의 죽음’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라이 루소 영 감독)은 미국의 신인 작가 로렌 올리버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큰 호평을 받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십대 소녀의 죽는 날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time loop: 이야기 속에서 ...

돌아온 탕자, 그 현대판 이야기 <벤 이즈 백>(2018)

2020년 03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크리스마스 하루 전 홀리(줄리아 로버츠)와 가족들 앞에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이 나타난다. 벤은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중, 연락도 없이 불쑥 가족들을 찾아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과 걱정 반으로 기쁘게 맞이한 홀리와 달리, 재혼한 남편과 딸은 벤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 함께 성탄예배를 다녀 온 그날 밤, 홀리의 집은 도둑이 들어 난장판이 되고, 반려견 폰즈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느 누구도 벤을 반기지 않는 상황 속에서 홀리와 벤은 폰즈를 찾아 나서고, 이들의 갈등과 균열은 점점 커진다. <벤 이즈 백>은 ‘돌아온...

죽음의 시작에서 만난 ‘삶’이라는 빛 <밤의 문이 열린다>(2019)

2020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공장과 오래된 다세대 주택 단지를 오가며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혜정(한해인). 동료의 사랑 고백도 사치로 여길 만큼 혜정에게 삶은 무의미한 시간이다. 이상한 기운과 함께 잠든 혜정이 다음날 마주하게 된 것은 자신의 싸늘한 시신. 죽음의 원인도 모른 채 유령이 돼 떠돌던 혜정은 하루하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을 하나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옆방에 사는 효연(전소니)이 그 의혹 한가운데 있음을 알게 되고, 문득 그녀가 사채로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히려 삶을 이해하고자 한 것일...

일상이란 이름의 시 한 편 <서정의 세계>(2018)

2020년 0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겨울 방학 직전, 시를 발표하는 수업에서 서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서정을 응원해 주라고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은 서정 때문에 방학을 못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어떻게 시를 써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서정은, 우연히 우체국에 가는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시상의 소재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분명 익숙한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의미 없이 지나치던 것들인데 문득 고개를 돌리면 무심코 지나친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찬란한 것들을 대면할 때가 있다. 단편 영화 ...

살아남기 위한 수단 혹은 희망 <거인>(2014)

2019년 1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보호 시설인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열일곱의 영재(최우식). 영재는 시설에서 나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무책임한 아빠와 울보 동생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두렵다.  시설에 좀 더 머물기 위해 모범생처럼 굴고 주위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만, 뒤로는 물건을 훔쳐 팔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러나 무책임한 아빠는 오히려 동생까지 시설에 맡기려 하고, 도둑질이 들통나며 시설에서의 생활이 위태로워진 영재는 분노와 절망의 매일을 보내게 된다.  최근 청소년기의 좌절과 슬픔 그리고 성장을 그린 독립 영화가 다수 제작됐다. 이전까지 가족...

익명성 뒤에 흔들리는 가상과 현실 <소셜포비아>(2014)

2019년 10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경찰 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한 군인의 자살 기사에 악플을 달아 수많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던 인물 레나를 처단하려는 모임에 참여한다. 그들은 실시간 방송까지 진행하며 레나의 집에 쳐들어가지만 레나는 이미 싸늘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지웅은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용민과 함께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다. <소셜포비아>는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SNS에 악플을 남긴 여성에 분노한 몇몇 남성들이 그녀의 집 근처에 모였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가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현실마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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