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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종교개혁과 코로나바이러스 우화

2021년 10월 추태화 소장(이레문화연구소

루터, 칼빈, 쯔빙글리가 단상에 앉아 있고, 그 앞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바이러스)가 서 있다. 엄숙한 자리에 코로나바이러스가 감히 나선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종교개혁자 중 하나가 묻는다. “네가 어디서 왔느냐?”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답한다. “땅을 두루 돌아 여기저기 다녀왔나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정말 온 땅을 두루 다니며 죽음을 불러왔다. 또 하나가 꾸짖는 투로 말한다. “네 죄를 네가 알리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도 교만이 충천해 고개를 꼿꼿이 들고 대답한다. “세상에 똑똑하다는 이, 부자라 자랑하는 이, 권력 많...

어부 창대를 벗과 스승으로 만난다<자산어보>(2021)

2021년 09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순종(재위: 1907~1710년) 1년, 유교의 근본을 흔드는 사학(천주학)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정약종은 사형을 당하고, 정약전과 정약용은 멀리 유배를 떠난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목민심서》를 쓰는 동안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썼는데, 여기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한 인물이 있다. 진사(鎭使)의 서자이자 어부였던 장덕순 곧 창대라 불리던 이다. 이준익 감독은 이 창대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더해 영화 <자산어보>를 만들었다.성리학에 심취해 있던 창대는 사학에 빠졌다는 정약전을 멀리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출세도 하고 싶었던 창대...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는 가족의 힘 <미나리>(2021)

2021년 08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느 이민 가정의 이야기가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던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무모해 보이는 시도 앞에 불안과 불편을 견뎌야 했던 아내 모니카(한예리)의 충돌이 어느 나라, 어느 세대, 어느 가정이나 겪는 보편적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아칸소에서의 시작은 처음부터 삐걱대는데, 암담한 이...

꿈과 성과가 없어도, 삶은 가치 있어 <소울>(2020)

2021년 07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애니메이션 <업>(2009)과 <인사이드 아웃>(2015)을 연출했던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소울>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 3:1)라는 섭리를 뒤집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중학교 밴드부 교사이자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삶의 이유가 음악일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어느 날, 유명한 재즈 밴드와 공연할 기회를 얻게 된 조는 반가운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게 된다. 영혼이 된 조는 ‘머나먼 저세상’(Great beyon...

이미지, 그 허상에 대해 <차인표>(2021)

2021년 06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검지를 흔들던 차인표. 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영화 <차인표>가 나왔다. 영화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차인표’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 감독은 실제적이면서도 허상인 차인표의 이미지를 마음껏 갖고 놀았고, 배우는 그 놀음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는다.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90년대를 관통했던 배우 차인표는 오늘도 대중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바르고 젠틀하며 건강한’ 이미지에 부응하고자 매사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 진정성을 외치...

밭을 경작해 열매를 얻기까지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2019)

2021년 05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은 2002년 말라위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풍차를 만들었던 소년, 윌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 1987.8.5~현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등록금이 부족해 14세에 학교를 중퇴했던 캄쾀바는 도서관에서 미국의 초등학교 교재 《에너지의 사용》을 읽고, 책에 나온 원리를 따라 풍차 만들기에 성공한다. 아프리카 내륙의 말라위공화국은 국토가 척박해 3분의 2가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이다. 먹을 것이 없어 폭동까지 일어났던 작은 마을에서 자연 발생적인 전기로 물을 끌어올려 이모...

잊으면 지는 거니까 <아이 캔 스피크>(2017)

2021년 04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옥분(나문희)은 동네 여기저기를 참견하며 불법 행위 신고를 비롯해 무려 8천 건의 민원을 넣어 공무원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할머니다. 옥분 할머니의 동네에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주임이 전근을 오면서 두 사람은 신경전을 펼친다. 어느 날, 박 주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목격한 옥분은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결국 그녀는 민원을 넣던 열정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쎄시봉>,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연출했던 김현석 감독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아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비트를 느껴봐>(2020)

2021년 03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뉴욕에서 댄서로 살고 있는 에이프릴(소피아 카슨 분)은 브로드웨이의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절호의 기회였던 오디션에서 공연계 거물의 눈 밖에 나는 큰 실수를 하고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결국 에이프릴은 아버지가 있는 고향 뉴호프에 돌아가 휴식기를 보내기로 한다. 고향에 도착한 첫날, 에이프릴은 처음으로 무용을 가르쳐 준 동네 댄스 스튜디오 선생님 바브(도나 린 챔플린)를 만나고, 선생님은 에이프릴에게 마을 아이들의 댄스 경연 대회 지도를 부탁한다. 심드렁했던 에이프릴은 대회의 결승전 심사자가 영향력 있는 연출가 웰리 웡...

당신이 있어 내가 살 수 있다 <#살아있다>(2020)

2021년 02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느지막이 일어난 준우(유아인)는 카메라를 켜고 듀얼 모니터를 보며 게임을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헤드셋 안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켜니 긴급 재난 뉴스가 한창이다. 베란다 밖에는 좀비 떼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일형 감독은 인터뷰에서 <#살아있다>와 다른 좀비 영화의 차이는 ‘감정의 공유’에 있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언제 좀비가 쳐들어올지 모르는 쫄깃한 심장의 조임이나 물고 뜯는 좀비를 시원하게 처단하는 카타르시스 대신, ...

타인의 취향 말고, 나의 취향 <소공녀>(2017)

2020년 12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세계 명작으로 손꼽히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소공녀》에서, 주인공 세라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언제나 품격을 잃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전고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소공녀>는 미소(이솜)라는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공녀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2년 차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미소는, 성심성의껏 청소를 하고 받은 일당을 월세와 세금, 약값으로 저금하는 성실한 인물이다. 별다른 욕심 없는 그녀에게 포기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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