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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예술과 여정 그리고 사람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8)

2018년 1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벨기에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사진작가 JR은 포터 트럭을 타고 프랑스 전역을 누비는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통해 소환된 사람들의 기억은 영화를 지탱하는 묵직한 스토리가 되고, 그들의 사진은 건축물 위에 아름답게 치장된다. 어느덧 도시는 삶의 회한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생명력 넘치는 갤러리가 된다.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모두의 이야기를 끌어안는 다큐멘터리스트다. 2000년대 이후 그녀의 작품 <이삭 줍는 사람과 나>(2000), <아녜스의 해변>(2008) 역시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탁월함을 보여 준다. 과거 1960년대 프랑스 뉴웨이브 영화의 흐름 속에 실험성 강한 여성주의적 작품을 녹여 냈던 바르다는 최근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예술과 여정 그리고 삶의 흔적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혹은 기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이는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광부였던 아버지의 그을린 빵을 기억하는 아들, 닥쳐올 퇴직을 생각하며 근심하는 가장. 고난의 시기를 이겨 낸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내, 과거 온화하고 정겨웠던 마을을 다시금 떠올리는 사람들.
영화는 ‘기억과 시간’이라는 사진의 속성을 관객과 마주하게 하며,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현재로 조용히 소환한다. 덧붙여 그들의 얼굴은 벌판의 농장, 컨테이너, 돌로 쌓은 집, 화학 공장의 외관에 전시돼 또 다른 기억의 한 조각이 되고, 바르다와 JR의 여정 또한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한 편의 로드 무비가 된다.
아녜스 바르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을 ‘망각에 대한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인생의 끝자락이 조금씩 보인다”라고 말한 90세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에게 기억이란 어쩌면, 다가올 죽음을 의미 있게 기다리는 예술가의 여유이자, 망각이라는 두려운 존재와의 싸움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영화에 스며들어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 너머로 저물어 가는 인생의 스산함을 비춘다.

Vol.167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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