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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서 만나는 한 줄기 빛 <러스트 앤 본>(2012)

2017년 1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아마추어 복서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다섯 살 된 아들과 함께 누나 집에 얹혀산다. 클럽에서 우연히 알게 된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게 되자, 둘은 각자의 결점을 보완하며 어느덧 사랑과 치유의 관계로 발전해 간다.
크렉 데이빗슨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러스트 앤 본>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에 의해, 다리를 잃은 여성과 감정이 상실되고 육체만 남은 남성을 통해 치유와 관계, 사랑을 논하는 러브 스토리로 완성됐다.
감독은 초기작 <내 마음을 읽어 봐>에서는 소심한 사무직 여성과 전과자의 만남,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에서는 한 남자 안에 공존하는 폭력과 예술에 대한 본능, <예언자>에서는 교도소 내의 코르시카와 아랍계 수감자의 대립을 보여 주며, 대체로 이질적인 두 세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수렴되는지를 관찰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랑이나 교감을 정신적인 것으로 묘사한 것에 반해, <러스트 앤 본>은 사랑과 치유의 중심에 인간의 육체성을 둔다. 즉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는 감각에 대한 호소다. 알리와 스테파니에게 ‘몸’은 상실된 육체와 마음을 회복시키는 감각적 기제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시종일관 감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를 등장시킨다. 돌고래와의 조용한 교감의 몸짓, 종아리가 사라진 허벅지에 새겨진 날카로운 타투, 격렬한 폭력에 노출된 복싱 장면, 그리고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그들을 둘러싼 찬란한 빛의 감각이 그렇다. 이는 스테파니가 자신의 절망스러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감정적으로 결핍된 알리의 마음 또한 누군가에 대한 간절함으로 변화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한다.
실제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던 원작자 크렉 데이빗슨은 강한 펀치를 맞을 때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비릿하고 녹슨 피의 맛이 오히려 그 순간 살아 있음을 강렬히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녹과 뼈’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의 제목 역시 낡고 부서진 뼈처럼 역경의 연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인생을 바라보는 작은 소회일 것이다. 또한 완벽한 조합을 그리는 사랑이 아닌, 깨지고 상처받은 삶의 일부를 함께 보듬으며 치유와 사랑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에 보내는 하나의 찬가일 것이다.

Vol.154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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