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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클리닉

모래시계와 같은 사랑

2017년 11월 4주 (2017-11-26)

 내 서재에는 내 삶의 가치를 상징하는 소중한 물건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청동으로 된 오래된 모래시계다.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게 주어진 시간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갖고 있는 물건이다.
최근 이 모래시계를 보다가 부부의 사랑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래시계는 모래알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옮겨 가는 것을 통해 시간을 측정한다. 어느 한 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보내는 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론 불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어느 때든지 뒤집기만 하면 금세 주기만 하던 쪽이 받기만 할 수 있다. 모래시계는 한쪽으로만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불균형이지만, 살펴보면 이 불균형이야말로 균형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모래시계를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뒤집으면 된다. 
나이 들어 남자들이 아내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내를 돌보지 못하고 자녀들과 함께하지 못하면서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현재 그다지 잘된 것들이 없다 보니 죄인으로 남아 버린 것이다.
어쩌면 배우자가 힘들 때 내 것을 쏟아붓고 나는 비워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워진 공간에 허탈함이 남지 않아도 될 이유는 내가 가진 모래가 상대편으로 옮겨 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게서 흘러 나간 모래들이 나만을 위해서 쏟아져 내려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꼭 해야 할 말이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말이다. 특히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다만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수고했는지, 어떤 고통들이 마음을 짓눌렀는지 딱 한 사람, 내 남편만큼은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모래시계는 눕혀 놓아서는 안 된다. 눕혀 놓으면 아무것도 오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모래시계는 언제나 서 있어야 하고, 반대편으로 움직여야 한다. 언제나 서 있어야 보내든지 받든지 할 수 있다. 남편이 가족을 위해 수고하고 애쓰면 나중에는 아내가 가족들을 위로하고 사랑한다.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면 자녀들은 부모에게 기쁨과 감사와 보람으로 보답한다. 모래시계처럼 사랑은 주기만 하지 않고 받기도 하고, 받기만 하지도 않고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에는 기다림도 필요하다.

Vol.154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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