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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짐을 서로 지며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2017년 07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급작스런 심장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다니엘(데이브 존스)은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복지 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차디찬 냉대뿐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몰린 다니엘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맞서게 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만나게 된다.
사회적 약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 제도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건드리는 감독 켄 로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회 제도의 부조리, 관료적 시스템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인간 존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영국의 뉴캐슬을 배경으로 한다. 이 도시는 급박한 시대의 흐름 속에 뒷전으로 밀려버린 과거 노동자들의 모습과도 상당히 흡사하다. 마치 성실하게 일해 왔음에도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구식이라는 딱지가 붙은 다니엘과도 오버랩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복지 시스템의 민낯을 철저하게 드러낸다. “원칙이 그렇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형식적인 질문과 배려 없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약자의 고통과는 이미 동떨어져 있다. 인간의 고통을 데이터화하고 등급을 매기며 구직보다 ‘구직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 뒤틀린 시스템이 된 셈이다. 약자들의 비참하고 암담한 모습은 종종 개에 비유되거나 페이드아웃(fade out) 기법으로 처리된다. 화면 가득한 클로즈업(close up)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얼굴에 서려 있는 비극과 절박함을 마주하게 한다.
이런 비극의 순환 속에서도 감독이 결코 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중과 믿음이다. 다니엘은 부당함에 끝까지 맞서는 인물이자, 절차와 당위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로 케이티의 상황을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로 인해 다니엘 역시 케이티와 그녀의 아이들에게서 깊은 위로를 받는다.
이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배려는 냉혹한 사회체제 끝에 몰린 이들이 서로를 일으키게 하는 소생의 에너지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더 나은 세상이 되게 함께 도울 수는 있다.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다.”


Vol.150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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