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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회색빛 우화 <아노말리사>(2015)

2017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강연 차 신시네티에 도착한 작가 마이클(데이빗 듈리스)는 강연 하루 전날 밤 문득 고독함을 느낀다. 그는 호텔 옆방에서 우연히 들린 ‘특별한’ 목소리의 주인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노말리사>는 <이터널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찰리 카우프만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입지를 다져온 듀크 존슨이 공동 연출을 맡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연속적인 동작을 미세한 단위로 분할해 한 장씩 찍는 이 기법은 1초에 24장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기획 기간을 제외하고 총 3년의 제작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노말리사>는 끝없는 고독과 권태가 반복되는 인간 삶의 단면을 현대적 감성으로 탁월하게 그려 낸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분야에서 성공한 마이클은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실상 그는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논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의 인간관계에 있어 서툰 이유는 그가 현재 자신의 인간관계와 일상에서 고독과 권태를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클은 이런 단조로움에 활기를 넣어 줄 무언가, 즉 ‘아노말리’를 찾아 헤맨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아노말리사는 ‘변칙적인’이라는 뜻의 ‘아노말리’에 그의 사랑의 대상 ‘리사’가 합쳐진 이름이다. 리사를 만난 그는 급속도로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무료한 일상은 싱그러운 에너지로 넘치는 듯하지만 그 역시 얼마 가지 않아 시들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 마이클이 자신을 제외한 타인의 목소리를 다 같은 목소리로 인식하는 점이다. 이 증상을 전문 용어로 ‘프레골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타인이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이 증상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존재들 속에서 자신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증상이기도 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특별함을 찾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결국 영화는 타인을 통해 권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인간의 스산한 본성과 사랑의 보편성을 현대적 우화의 방식을 빌어 날카롭게 들춰 낸다.

Vol.145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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