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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클리닉

퇴근길에 사온 간식거리

2021년 04월 2주 (2021-04-11) 이경남 전도사(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당신, 이거 좋아하지?” 이발하겠다고 나섰던 남편이 한결 깔끔해진 모습으로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받은 봉투 속에는 호떡이 들어 있었다. 기름지고 두꺼운 호떡이 아니라, 얄팍하니 호떡 꿀이 비치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호떡이었다. 나를 위해 일부러 포장마차를 들러 사 온 남편의 마음이 호떡처럼 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오래된 기억을 소환했다.
“얘들아, 아빠 왔다!” 퇴근길에 늘 양손에 뭔가를 사 왔던 친정아버지. 아버지는 추운 겨울에도 꽁꽁 언 손으로 간식거리를 사 왔다. 외투에 손을 넣어도 추웠을 그 겨울날, 아버지의 손에 들린 것은 리어카에서 산 귤일 때도 있고, 과자 가게에서 산 김 붙은 전병일 때도 있고, 따뜻한 호떡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사느라 지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많았던 우리 아버지. 지금 아버지의 나이가 되니 퇴근길,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사 왔던 그 ‘작은 것들’ 안에 얼마나 많은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을까 싶어 울컥 눈물이 올라온다. 찬바람이 묻어 있는 아버지의 외투보다는, 하루 종일 수고했을 아버지의 노고보다는, 그 손에 들린 간식에만 관심이 있었던 어린 내가 괜스레 미안해진다.
지금 누군가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은 따뜻했던 또 다른 기억을 소환시키고, 그 기억은 어려웠던 마음속에 ‘이런 일도 있었어, 기억해 주렴’ 하고 감사의 자리로 나를 데려간다. 주님께서 따뜻했던 기억의 소환으로 내게 시간을 뛰어넘은 감사를 하게 하신다. 강도 만난 자를 도운 사마리아인도 그랬을까. 누군가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이 소환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지 않았을까. 감사는 내게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감사를 불러일으킴을 생각하게 된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눅 10:36~37).


Vol.195 202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