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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말고, 나의 취향 <소공녀>(2017)

2020년 12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세계 명작으로 손꼽히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소공녀》에서, 주인공 세라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언제나 품격을 잃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전고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소공녀>는 미소(이솜)라는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공녀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2년 차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미소는, 성심성의껏 청소를 하고 받은 일당을 월세와 세금, 약값으로 저금하는 성실한 인물이다. 별다른 욕심 없는 그녀에게 포기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 친구(안재홍)이다. 오르는 담뱃값과 집세로 어려움에 처한 미소는 집을 빼고, 대학 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잠자리를 부탁한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고자 포도당 주사를 맞으며 일하는 문영, 가사 노동에 지쳐 있는 현정, 결혼 8개월 만에 이혼했지만 대출금으로 매달 100만 원씩 20년을 갚아야 하는 대용, 부모님께 손주를 안겨 드려야 한다며 미소를 감금했던 록이,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수발을 들며 경제적 풍족함을 누리는 정미.
이들에게 “집은 없지만, 취향과 생각은 있어!”라고 말하며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미소의 존재는, ‘현실’이라는 핑계를 대며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각자의 삶에 균열을 만든다. 정미는 미소를 향해 집도 없으면서 담배도, 위스키도 끊지 못한다며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정미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자기다움을 잃어버린 채 남편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가는 자신이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려는 관성은 때로 신앙생활에까지 침투한다. 많은 순간, 우리는 신앙에서조차 타인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만족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손님을 섬기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마리아를 비난하는 마르다에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좋은 편을 택했다고 말씀하신다. 각 사람의 삶을 귀히 여기시는 주님의 응원을 힘입어, 소공녀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품격 있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눅 10:42b).


Vol.191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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