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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전파를 위해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은 바울

2020년 09월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 고린도전후서를 통해 그가 사도로서 사역하는 데 있어 스스로 직면해야 했던 심각하면서도 중요한 문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울이 사도로서 부족한 인물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나는 지극히 크다는 사도들보다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는 줄로 생각하노라”(고후 11:5).


바울, 사도로서 자격 논란
바울은 고린도교회로부터 ‘그가 과연 제대로 된 사도가 맞는지 사도로서 부족한 게 아닌지’ 하는 의혹을 받았다. 그래서 바울은 이런 의혹을 풀어 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인물됨을 보여 준다. 이는 바울의 사도로서 자격과 직접적으로 관련될 뿐 아니라, 그의 인격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린도교회 안에서 제기된 바울에 대한 의혹은 나름 근거가 있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약함과 두려움과 떨림으로 사역했으며(고전 2:3b), “내가 비록 말에는 부족하나”(고후 11:6)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바울은 루스드라에서 전도할 때 “말하는 자이므로 헤르메스”(행 14:12)라고 불려지기도 했지만 달변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당시 인기를 얻던 수사학적 유능함을 보이지 않았고, 말하는 기술이 별로 없어 언변이 시원치 않거나 어눌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고린도교회 성도들은 바울이 과연 사도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가졌다.
또한, 바울이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들을 내려놓는 모습도 의혹의 근거가 됐다. 복음을 위한 바울의 자발적 내려놓음이 비난과 의혹의 이유가 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와 같은 오해와 공격,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린도교회 성도들의 믿음의 위기 가운데 드러난 바울의 반응과 인물됨은 어떤 것일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권리로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바울의 인물됨은 적어도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 번째 반응은, 바울이 자신의 소명을 권리로서가 아니라 의무로 여긴 점이다. 바울은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고전 9:16)라고 고백한다.
바울은 자신에게 먹고 마실 권리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고전 9:4~9), 그것을 권리가 아니라 의무요 책임으로 여겼다. 이로써 바울은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고전 9:15b) 복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인물이 됐고, 자신을 스스로 주장할 권리가 없는 존재로 이해했다.
바울의 인물됨을 보여 주는 두 번째 반응은, 영혼 구원에 집중하는 사역자의 모습이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고전 9:19~22).
그는 분명 자유인(고전 9:1a), 곧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예수님의 부름을 받은 사도이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바울”(고전 1:1)이지만, 소명을 위해 자청해 자신을 종으로 여길 정도로 영혼 구원을 위해 집중했다.
바울의 인물됨을 보여 주는 그의 세 번째 반응은, 자신도 언제나 구원의 은혜를 받아야 하는 자로 여긴 점이다.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여하고자 함이라”(고전 9:23).
바울은 사도직을 권리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할 수 있는 의무요 책임으로 여겨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는 놀라운 사역자였다. 그러나 동시에 늘 자신도 구원받아야 하는 자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7). 바울은 자신도 오직 은혜가 필요한 죄인임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난 사도 바울
바울은 자신을 위한 변명을 멈추고,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고전 9:12b) 하는 데만 전심전력했다. 그의 인물됨은 사도직에 대한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위기 가운데서 더욱 빛을 발했다.
바울에게 복음은, 단지 말에만 그치지 않고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하지 않게 하는 자유함과 능력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그 유익을 누리게 됐고(고전 10:24, 33), 이로써 그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델이 됐다(고전 11:1).

 

Vol.188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