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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너머 매직 킹덤을 찾아서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2020년 07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올랜도의 디즈니랜드 근방에 사는 여섯 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의 이야기다. 무니는 친구들과 주차된 차에 침을 뱉거나 모텔의 누전 차단기를 내리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천진난만한 악동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잔돈을 구걸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폐허가 된 콘도에서 놀다가 불을 내는 모습을 보면, 아슬아슬한 긴장과 함께 어딘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무니는 디즈니랜드가 보이는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에서 엄마와 살고 있다. 디즈니랜드 근처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형형색색의 기념품 숍이 즐비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용 놀이터조차 없고, 당장 식비가 없는 아이들은 장난감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위험한 상황이 생겨도 아이들 곁에는 부모가 없고, 이러한 실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의 건물들은 화려하기만 하다.
해맑고 씩씩한 무니가 점점 더 위험천만한 놀이를 일삼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히 무니의 엄마 핼리의 무책임을 탓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낳고 아무 도움 없이 버텨 온 ‘어른 아이’임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이 상황은 모녀가 사회로부터, 가족을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자본으로부터 방치돼 온 결과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가 훌륭한 지점은, 핼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불법적이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조차 모녀의 존엄을 지켜 준다는 것이다. 가난을 전시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핼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아동국 임시 보호처로 가게 된 무니는 친구 잰시가 사는 모텔로 도망가는데, 여기에 삽입된 판타지 장면은 이 영화를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꿋꿋하던 무니가 처음으로 잰시를 찾아가 펑펑 울며 작별 인사를 하자, 잰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의 ‘매직 킹덤’ 앞으로 달려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이 엔딩은 디즈니랜드라는 화려함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동네를 마주하는 관객들을 향해,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생각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우리는 무니가 찾아가야 할 진짜 ‘매직 킹덤’에 대해 고민해 볼만하다.

Vol.186 202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