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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택이 모여 내 삶이 된다 <7번째 내가 죽던 날>(2017)

2020년 04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4월이다. 더욱이 4·3 제주 항쟁과 4·19 혁명, 4·16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가 겪은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기억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두렵게 혹은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나의 죽음’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라이 루소 영 감독)은 미국의 신인 작가 로렌 올리버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큰 호평을 받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십대 소녀의 죽는 날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time loop: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동일한 기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의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면서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매력적인 외모, 세련된 패션 감각, 잘나가는 친구들과 잘생긴 남자 친구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샘(조이 도이치)은 파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그런데 눈을 뜨자 차 사고가 났던 바로 그날 아침,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며 죽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내 타임 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며칠을 절망해도 그날의 아침을 끝낼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녀는 그 하루를 어떻게 살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몇 가지 선택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큰 위력을 발휘한다. 샘은 자신이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에 따라 그동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가족과 친구들의 사정이나 감정을 알게 된다. 이 작은 변화들은 시간 개념 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샘이라는 개인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하고 ‘어떤 삶 혹은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면서 무한 성장의 기회로 작용하게 된다.
이 영화가 가진 힘은 바로 별것 아닌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회로 가득한지, 나아가 보잘것없는 하루가 어떻게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통찰에 있다. 작은 선택이 모여 내 삶이 된다는 사실과 그 삶으로 마지막 심판대에 서게 됨을 항상 기억하는 자세가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라는 모세의 기도에서 말하는 지혜가 아닐는지 싶다.

Vol.183 2020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