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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기원이 된 땅, 세겜(수가성)

2020년 02월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담임 목사, 《역사지리로 보는 성경》 저자)

 

왜 사마리아를 거쳐 세겜에 가셨나
요한복음 3장 22절에 의하면 세겜(수가성)으로 향하신 예수님의 여정은 요단강에서 시작됐다. 요단강에서 산지에 오르신 예수님은 세겜 남쪽 능선인 족장의 도로에 있는 20km 정도 되는 실로에서 반나절을 걸으셨을 것이다. 그 경로를 따라 몇 사람과 함께 실로 부근에서 세겜으로 향했다. 차량과 검문소 등의 방해를 이기고, 6시간을 걸어 야곱의 우물에 이르렀다. 감격스러웠다.
요한복음 4장 4절에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로 통과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나온다. 요단강에서 갈릴리로 가려면 요단 동편 베레아 길(지도 위 검정 점선)이 안전하고 가깝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산으로 올라와 유대인들과 적대적인 관계인 사마리아지역을 통과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심산에서 본 지역 요충지 세겜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세겜지역을 볼 수 있는 그리심산에 올랐다. 해발 881m 높이의 그리심산 정상에는 이쯔학 마겐이 20년 넘는 노고 끝에 발견한 사마리아인의 성전이 있다. 그리심산 한쪽에서는 여전히 사마리아인들이 살면서 유월절 제사를 지낸다.
정상보다 조금 낮지만 세겜의 경치가 잘 보이는 830m의 요셉의 전망대(텔 엘 라스)에 섰다. 남북으로 발달한 이스라엘의 등줄기 산맥이 이곳에서 뚝 끊겼다가 940m인 에발산에서 다시 북쪽으로 뻗어간다. 동쪽에서 보면 이 두 산이 거대한 어깨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리심산과 에발산 아래 자리 잡은 도시 이름을 어깨라는 뜻의 ‘세겜’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입성 후 바로 세겜에 와서 그리심산과 에발산에 반씩 나눠 선 채로 축복과 저주를 선포했다. 두 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서쪽으로는 해변이, 동쪽으로는 넓은 세겜 들판이 나온다. 그리고 세겜에서 산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북이스라엘의 두 번째 수도였던 디르사가, 남쪽으로는 실로를 거쳐 벧엘과 예루살렘이 나온다.
세겜은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인 장소다. 넓은 농경지뿐만 아니라 편리한 교통, 풍부한 수량 등 도시를 형성하기 알맞은 조건을 거의 모두 갖췄다.

 

예배의 기원이 된 세겜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세겜이 힘을 키우면 가나안 전역을 석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출애굽 직전 세겜의 왕이었던 라바유가 이 같은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고, 솔로몬 이후 여로보암이 이곳을 수도로 삼았지만 실패했다. 이렇게 세겜이 왕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사방으로 뚫린 교통과 평평한 농경지로 인해 적에게 쉽게 침략당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과 야곱이 각각 이곳에 처음으로 제단을 쌓았으며(참조 창 12:6~7, 33:18~20), 요셉은 유언대로 이곳에 묻혔다(참조 수 24:32).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세겜의 그리심산과 에발산에 가서 율법을 새롭게 하는 예배를 드리라고 명령했으며, 여호수아는 그대로 행했다(참조 신 11:29, 27:12~13; 수 8:30~35). 이후 여호수아는 이곳에서 마지막 연설을 했다(참조 수 24:1~28). 세겜은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서 드린 첫 번째 예배 처소이기도 하다.
세겜에 일어난 사건들을 종합하면 세겜 역사의 주제는 ‘예배’다. 여호와를 향한 예배의 기원이 된 세겜에 예수님께서 오셨다. 위험한 사마리아를 통과해 오셔서 예배를 오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사마리아 여인을 택하셨다. 그리고 예배의 기원이 된 땅에서 예배의 근본을 가르치셨다. 그 말씀은 의미 없이 전통과 형식에 젖어 예배하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귀에도 메아리친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신령)과 진리(진정)로 예배할지니라”(요 4:24).

Vol.181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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