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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한 수단 혹은 희망 <거인>(2014)

2019년 1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보호 시설인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열일곱의 영재(최우식). 영재는 시설에서 나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무책임한 아빠와 울보 동생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두렵다.
 시설에 좀 더 머물기 위해 모범생처럼 굴고 주위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만, 뒤로는 물건을 훔쳐 팔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러나 무책임한 아빠는 오히려 동생까지 시설에 맡기려 하고, 도둑질이 들통나며 시설에서의 생활이 위태로워진 영재는 분노와 절망의 매일을 보내게 된다.
 최근 청소년기의 좌절과 슬픔 그리고 성장을 그린 독립 영화가 다수 제작됐다. 이전까지 가족의 해체, 살인, 따돌림, 성폭행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와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라는 극단적인 설정이 영화의 재료였다면, 최근 트렌드는 소재의 결을 달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 방식의 시작에는 김태용 감독의 <거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거인>은 익숙한 상황 하나하나로 영재가 처한 불안한 상황을 극대화한다. 자주 등장하는 식사와 수면 장면은 반복적인 일상이라기보다 마치 생존을 위한 고단한 싸움처럼 느껴진다. 늘 불안한 자세로 밥을 먹고, 아버지가 등장하면 슬며시 냄비 뚜껑을 덮으며, 불안에 잠을 깨 뒤척이거나 이른 새벽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커다란 사건 사고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일상 그 자체를 견뎌야만 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간혹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도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들 상처 하나씩 안고 있다”라는 식으로 영재의 아픔을 외면한다. 몹시도 아프고 서러웠던 주인공 영재 역을 맡은 최우식은 이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했다. <거인>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더욱 자리매김하게 된 최우식의 가장 빛나는 수작이기도 하다.


Vol.178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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